축하합니다.

from 끄적/잡념 2006/10/29 06:36
2004년 9월 25일 새벽 2시 쯤
"축하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한 글을 홈페이지에 썼었다.

무슨 글인고 하니
바로 05애들의 합격생 발표소식이 막  들릴 무렵
내가 당시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를 회상하며 쓴 글이다.

요새 또 07이 막 들어오는데 생각이 나서 한번 봤다.

당시 글 읽고 애들이 남겨줬던 꼬리말도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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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2004.09.25 02:08


축하합니다...어쩌고 저쩌고...

정확히 1년전인가?

하여튼 대충 이 맘때쯤...




지금까지의 짧은 인생동안

당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이 질문에 아직까지의 나의 대답은

대학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이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교무실로 뛰어가서

정말 떨리는 마음과 떨리는 손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키고 학교 사이트에 접속하고

확인하는 그 순간이란....

정말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렸었다.

정말로....

그렇게 화면에 축하합니다 라는 글이 떴을땐

난 정말 그 자리에 주저 앉을 뻔 했었다.

얼마나 기다렸었던 순간이었던가

그때 느꼈던 느낌은

너무너무 기뻐서 날뛸듯한 기분이 아닌

온 세상이 동시에 포근해지면서

너무나도 세상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합격 사실을 확인하고

교실에 돌아와 혼자 베란다에서 실실 웃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도 친구들에게 잘 말도 안하고 다녔었는데..


ㅇ ㅏ, 정말 신입생들 들어오는 거 보니까

옛(?) 기억이 새록 새록 난다.


중3이 늦게나마 철이 들어 공부하기 시작했다가

좌절을 맛 본후 얼마나 가슴 졸이며 답답해 하며

준비해왔던가.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 없이 정말

세상에 혼자 버려저 싸워보는 느낌이었다.


공부 할때마다

이렇게 하면 될까, 저렇게 하면 될까

이렇게 하는게 옳은 길일까

지금하는게 잘 하는 짓일까...


친구들한테 터놓고 얘기도 못하겠고


원서 넣을때도 안된다고 또 한바탕 치르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전화

우습게도 오락실에서 받았지만 ㅎ


면접 보러 갈때 총알 택시 탔던 일..



기억을 더듬어보면 좌절과 고난의 연속이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니

어쩐지 그때가 너무 나빴던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보다는 그때가 훨씬 내가 더 강했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떨리는 마음으로 달려가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떨리는 눈으로 확인 할때.

그 때 그 순간을..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던 순간.





이지혜 : 난.. 오전엔 내가 직접 확인 못하구, 아빠가 회사에서 확인한 후에 전화통화로 소식들었었는데.. 정말.. 못 믿어서 계속해서 다시 물어봤었다.. 학교에서 나두 애덜한테 말도 잘 안 해놨을 때인데, 막.. 갑자기 못 참을 정도로 눈물이 나더라.. 정말.. 기뻐서 흘리는 눈물... 나두 그 때 그 순간이 기억이 나는걸?! ^^ (09.25 10:37)  
이지혜 :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 (09.25 10:37)  
이충재 : 음.. 갑자기 생각난다 (09.25 14:25)  
송종혁 : ^^ (09.25 16:43)  
짹짹이 : 기숙사 들어와서 이불에 엎드려서 좋아서 울던거 생각나네._-_ㅋㅋ (09.26 00:02)  
김성준 : 문제따지러갔다가 확인하고 그냥 왔다 (10.13 13:34)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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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나에게 있어서
POSTECH (혹은 Kaist) 는 정말로 절대적인 존재였다.

나의 가장 큰 목표이자, 꿈이었고
나는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밤낮을 고민하고 생각했었다.

웬지 엄청난 천재들만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 이곳,
나같은 놈은 감히 발도 못 디딜것 같았던 이곳,
할 수 있는 공부만 재미있게 할 것 같았던 이곳,
순수하게 학문에 열정이 있고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해서 순수하게 노력하는 사람들만 있을 것 같았던 이곳,


지금은 내가 다니고 먹고 살고 지내는,
이제 내가 보기엔 그저 평범해 보이는 이곳.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리 고개가 꺽어지도록 우러러보았는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지만 당시 정말 나에겐 신성할 정도로 여겼던 이곳을
내가 지금 아무렇게도 느끼지 않으며 다니고 있다는 걸
가끔 깨달을 때면 참 신기하다.


우리학교에 대해서 왜 그리 높게만 바라봤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토록 우러러 바라볼 정도로 공부를 못한것도 아니고.
Postech 역시 그저 다른 공부 잘 하는 애들 오는 학교랑 같은데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 최고-_-)b 이긴 하지만.



게다가 더욱 그런 나를 심하게 만들었던 건
그런 곳을 내가 무려 조기전형으로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고에서 말이다.


그때까지 우리학교에서 조기졸업 학생은 한명도 없었고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없었다.
사실 그런게 있는지 조차 나도 몰랐었다 -_-


그러다보니
나는 고등학교 생활 내내
조기졸업을 목표로 공부한다는 얘기는
가족 외에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부끄러우니까 -_-

당시의 내가 들어도 조낸 어이없는 일인데
남들이 들으면 참 건방지다고 생각할까봐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몰래 몰래 공부하고 준비했었었다.

그렇게 혼자 준비하고 공부하는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주위에 이런 사람 한명쯤 있어서 조언을 구했으면
마음이나 편했을텐데.

하여튼 덕택에 고등학생 때 내 마음속은
아주 시커멓게, 시커멓게 타들어갔었다.

물론 합격한방으로 말끔히 완치되었지만.
합격하고 나서도 애들한테 얘기 안했던 그때도 떠오른다 =_=a


지금 생각했을 때 더 웃긴건,
이건 처음 얘기하는건데

나는 인성면접으로 우리학교에 입학했다.

인성이라...

고등학생 당시
포항공대 홈페이지의 입학 문의응답 게시판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나는
1차를 인성으로 통과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 놈들은
내신이 아주 기가막히게 좋거나
솔직히 이걸로도 모자라고
전국급의 상장을 몇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되는걸로 알고 있었다.
아니면 과학고에서 무지 잘했던가 뭐여튼

하여튼 중요한건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전국대회는 커녕 변변찮은
상장하나 제대로 없는 내가,
그렇다고 내신이 만점인것도 아닌내가
인성이 될거라고는 난 정말 자다가라도 잠시 꿈에서라도 생각해본적은 없다.

조기로 합격하는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말이다.



윗글을 보면
오락실에서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그 전화가 바로 집에서 엄마가
너 인성 되었다고 전화온거였다.


당시 나는 엄마에게 몇번이고 다시 물어봤었다.
정말이냐고,
그럴리가 없다고 말이다.

정말 5번은 넘게 물어봤었던 것 같다.

엄마가 맞다고 몇번이나 말씀해주시고 나서야
나는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한참을.


웃긴 건 지금 부터다.
내 주위 인성으로 들어온 애들은
인성인걸 알은 순간부터 그냥 놀았다고 한다.

당연하다.
인성된 애 치고 떨어진애가 없거든.

근데 나는 이거 분명 뭔가 잘 못된거라고
놀지 않고 계속 공부했었다. -_-
물론 카이스트는 면접을 봐야했기에 공부한 것도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떨어진적 역사가 없는 인성에서
내가 떨어질까봐 -_- 공부했었다.

솔직히,
당시 친구들한테도 막 자랑하고 싶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
친구들이 이새끼뭐야 라고 생각할수도 있다는것보다도
떨어질까봐-_-였다.


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불쌍한 나다.



난 정말 당시
입학하고 나면 교수님께 꼭 물어볼려고 했었다.
대체 나를 왜 인성으로 넣었냐고 말이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인성 기준이 낮은건가.
아님 모의고사 몇개 집어넣은게 그렇게 도움이 되었나,
아니면 자기소개서를 내가 그렇게 잘 썼나 -_-;;







벌써 07애들이 들어온다.
이제 세학번차이.
후배가 들어오건 말건
아무런 느낌조차 없다.

벌써 그런 위치까지 와버린 나이지만,
대학 입시는 정말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나지만,
간만에 윗 글을 읽으며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 느낌을 다시 기억하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내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을.


다시 한번 저런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
정말로.

2006/10/29 06:36 2006/10/29 06:36